저는 옴니버스식 일본드라마를 좋아했었습니다. 보통 한국드라마는 16부작이라고 하면 내용이 1화부터 16화까지가 쭈욱 이어지게 되는데 일본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한회 한회 맞딱드리게 되는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끝내고 가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 드라마는 보통 제일 갈등이 고조되는 부분에서 끝나서 사람을 안달나게 만드는 면이 있는데 일본 드라마는 그렇지 않거든요. 아무래도 만화적인 요소가 많고 실제로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일본 드라마를 즐겨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본 드라마는 쇠락하여 점점 안보게 됐어요. 만화적인 요소가 너무 강하다 못해 억지스럽고 이야기가 너무 정의롭거나 너무 신파적이라 오글거려 하차하게 되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재밌게 봤던 일본드라마가 <한자와 나오키>정도 인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일본의 요리드라마는 좋아하는 편이에요. <심야식당> <와카코와 술> 정도는 그냥 가볍게 틀어놓고 시간을 보냈던 경우가 있었네요.
일본 드라마나 음악 등 일본문화가 아시아에 큰 영향을 주던 때가 있었죠. 지금은 쇠락을 길을 걷고 있고 그에 반해 K드라마나 K컬쳐가 전세계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어서 일본에서 견제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정작 우리는 신경 안쓰는데 말이죠. 최근에 아라시가 제2의 BTS가 되겠다며 미국진출을 선언하기도 했고 (근데 나이가...) 스다 마사키, 야마다 타카유키가 일본예능에서 한국드라마를 폄하하는 말을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야마다 타카유키는 악마의 편집 때문이라고 SNS를 통해서 해명했습니다.
야마다 타카유키의 말은 큰 논란이 될 건 없는 것 같아요. "한국 드라마에 비해서 일본 드라마의 배우나 스탭의 레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도였는데요. 오히려 스다 마사키가 서른이 넘어서도 로맨스 연기를 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식으로 말했더군요. 자기는 못하겠다는 뉘앙스인데 어떻게 서른이 넘어서 로맨스를? 이런 느낌. 참고로 스다마사키는 한국에서는 빅뱅 GD의 전여자친구로 유명한 고마츠 나나와 결혼한 일본의 젊은 배우입니다. 고마츠 나나를 아주 오랫동안 짝사랑해서 몇번이나 고백한 끝에 사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그래서 한국에 대한 감정이 안좋은 걸까요???
일본의 유명배우인 사토 타케루도 "전세계인이 즐겨 보는 한국드라마가 부럽다. 일본드라마도 전세계 사람들이 보게 만들고 싶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예능은 한국과 비교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멘트를 하게끔 유도하거든요. 일본 미디어들은 굉장히 자의식이 강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요. 외국인들을 붙잡고 일본의 좋은점, 일본의 첫인상, 일본을 찾아온 이유 이런걸 물어보는 걸 좋아해요. (특히 노란머리 파란눈의 외국인) 그리고 그들의 멘트를 들으며 자화자찬합니다. 맞아 역시 음식이 정갈하긴 하지. 키티가 귀엽긴 해 이런식이요. 메이지 유신때부터 지독하게 이어지는 사대주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로 중국은 짝퉁이 많다, 중국인들은 무례하다. 한국은 성형대국, 한국은 위험하다 등의 플레이를 자주 보여줍니다. 실제 사례를 자세하게 들어서요. 북한에 대한 뉴스도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우리보다 북한에 관심이 많거든요. 일본 본인들이 아시아의 최강자이고 아시아를 이끌어가야 할 리더임을 강조하고 중국과 한국은 아직 멀었다는 식의 견제를 많이 하죠.
언제적 겨울소나타이냐 언제적 한류냐 하면서 한류를 한물간 취급을 했지만 K드라마니 K컬쳐니 하며 한국문화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니 아마 많이 조급한 것 같습니다. 하긴 순수 한국어 영화인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고 한국어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 드라마상을 받으며 한국 보이그룹 BTS가 그래미에서 공연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 모든 일들이 참 짧은 시간안에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2월 14일 새롭게 릴리즈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일본드라마인 <금붕어 아내>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최종화까지 보기가 힘들더라구요. 개연성없이 자극만 가득한 전개에 극적인 재미도 감동도 없어 전혀 다음회차가 궁금하지 않은거죠. 시노하라 료코가 왜??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은 쿠로사와R의 만화가 원작인데 그 만화 자체가 줄거리보다는 씬이 중요한 성인만화더군요.
<금붕어 아내> 줄거리 결말
일단 19금의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타이틀 때문에 시작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시작부터 씬으로 시작합니다. 초고층 고급 아파트의 펜트하우스에는 미용실 체인을 운영하는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자식은 없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화목하고 애정이 넘치는 부부 같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쇼윈도 부부일뿐 남편은 같은 건물에 사는 다른 유부녀와 대놓고 바람을 피우고요. 심지어 부인인 사쿠라를 본인의 뜻대로 조종하려고 하며 (요즘말로 가스라이팅이라고 하지요) 폭력까지 행사합니다.
여기까지 봤을때는 아 저 사쿠라라는 여인이 트라우마와 시련을 극복하고 남편한테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 스토리인가보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여인은 본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 금붕어 가게 주인의 집에 머물면서도 어찌된 영문인지 자꾸만 남편이자 본인의 사업체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한마디로 고구마 답답이..
그리고 그녀를 제외한 호화 아파트의 다른 유부녀들도 각각의 이유로 불륜을 저지르는데요. 그 이유에 딱히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서 납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륜한 사랑이 애절하거나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특히 사쿠라는 결국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되지만 남편이 망쳐놓은 사업으로 돌아가 그와 함께 다시 미용실을 일으키지요. 결국 독립이라는 건 하게되지만 그렇게 시원하고 깔끔하지가 않습니다.
<금붕어 아내> 출연진
히라가 사쿠라/ 시노하라 료코
어떤 사고를 계기로 미용사로서의 꿈을 포기하고 타쿠야와 결혼하지만 그의 억압과 폭력에 시달립니다. 우연히 금붕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하루토를 만나게 되고 그를 만나고 비로소 억압에서 풀려나 본인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게 되죠. 그러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도망친 하루토의 가게에서 머물며 그와의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시노하라 료코는 우리나라에서는 김혜수가 주연으로 리메이크한 <파견의 품격>의 일본 원작의 배우로 유명합니다. 일본에서도 대배우이지요. 도대체 왜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건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하루토 / 이와타 타케노리
금붕어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쿠라를 우연히 만나 그녀에게 끌립니다. 사쿠라가 남편의 억압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점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몇없는 성장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처음엔 사쿠라를 위로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대응을 하지만 점점 적극적으로 타쿠야에게 맞서게 되는 인물입니다.
하라가 타쿠야 / 안도 마사노부
고급 아파트의 펜트하우스에 살며 헤어살롱 체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인인 사쿠라를 끝없이 억압하고 폭력까지 행사하지만 본인은 정작 대놓고 바람을 피워대는 뻔뻔한 인물이기도 하지요. 사업운영에도 소질이 없는 무능력자인데요. 자신의 소유물 정도로 하찮게 생각했던 사쿠라가 본인을 떠나고 바람까지 피운 사실을 알게 되자 극대노합니다.
유리하 / 하세가와 쿄코
집안의 좋은 며느리와 완벽한 아내로서의 역할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같은 아파트의 펜트하우스에 사는 타쿠야와 불륜관계인데요. 대놓고 바람피는 걸 티내죠. 타쿠야의 집에서 사쿠라의 향수를 뿌리고 나타난다던지. 마지막에는 타쿠야와의 불륜관계를 지속할 수 없게 되자 금방 하찮은 이유로 다른 불륜상대를 찾습니다. 상대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네요.
유카 / 나카무라 시즈카
고급 아파트의 주민으로 남편과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싶어하지만 남편은 아직 이르다며 관계를 계속 미룹니다. 그러다 본인이 만났던 남자 중에 가장 최악이었던 전 남친과 바람을 피게 되지요. 불륜을 하게 되는 이유는 "누군가가 아직도 내 몸을 보고 흥분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였습니다. 그 전남친과의 불륜관계를 2년이나 지속하던 유카는 끝내 임신하고 아이를 출산하지만 남편의 아이인지 불륜남의 아이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노리코 / 세토 사오리
같은 아파트의 주민으로 전업주부입니다. 다른남자와 아내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흥분하는 비정상적인 취향을 가진 남편을 두고 있습니다. 급기야 남편은 직장의 부하직원으로 집안으로 데리고 와 노리코와의 투샷을 연출시키는데요. 처음엔 곤혹스러워하던 노리코는 결국 자상하게 대해주던 부하직원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불륜을 저지르게 됩니다. 남편의 도시락은 안싸줘도 같은 직장의 부하직원에게는 몰래 도시락을 싸다주지요.
메이 / 미네무라 리에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점술사?같은 분입니다. 여인들의 욕망을 꿰뚫어보고 예언도 하고 예리한 조언도 하는 인물이지요. 부부의 금술을 좋아지게 하기 위해서는 금붕어를 기르는게 좋다며 사쿠라를 금붕어 가게로 이끈 장본인입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한 소스를 던지는 분이네요.
<금붕어 아내> 후기
일단 킬링타임용으로도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좋은 킬링타임용 드라마나 영화는 더 많이 있으니까요. 소중한 내 시간을 이 드라마를 보며 죽이고 싶진 않네요. 19금씬 감상용으로도 그닥이에요. 이 드라마는 여섯여인들의 불륜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그 불륜에 마땅히 필연적인 혹은 감동적인 이유가 있다거나 불륜을 이어가면서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다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성인만화를 왜 드라마로 만들어 놓은건지.. 2월 14일에 릴리즈되었으니 벌써 한달이 넘은 드라마인데도 전혀 화력이 없습니다.
그래도 한때는 일본드라마를 즐겨보던 사람으로써 일본드라마의 현실이 씁쓸합니다. 일본은 참 미디어믹스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현재 넷플릭스에 릴리즈되어있든 드라마들도 거의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게 많네요. 원래 옴니버스나 만화처럼 에피소드식 구성을 많이 했던 탓인지 전체적인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없는 것 같아요. 막 다음화를 보게만드는 전개가 없다고 해야하나요. 일본 드라마의 전성기였던 90년대~2000년대 초반 작품들을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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